영화 리뷰
<인생은 아름다워> (2022)
어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초청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갸우뚱한 거부감이 있었는데요. 우선 영화의 제목이 <인생은 아름다워>인데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가 있어 뭔지 모를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제목은 배급사가 우리나라식으로 지은 거지만, 먼저 나온 외국 영화와 제목이 같은 한국영화들은 무언가 거부감이 있거든요. <의뢰인>, <적과의 동침> 등... 그리고 또 하나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뮤지컬 영화라는 점입니다. 사실 국내에는 이미 <삼거리 극장>, <구미호 가족>, <스윙 키즈> 등의 뮤지컬 영화들이 나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에서는 마이너 한 장르니까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우려했던 사항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우선 영화의 제목인 <인생은 아름다워>는 영화의 주제와 잘 맞는 제목이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시한부 주부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가 허무하다고 생각했지만, 살면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사랑하고 신경써준 사람들이었다는 걸 깨닫거든요. 삶이 고달플 때도 있지만 인생은 아름답다는 주제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뮤지컬은 초반에는 조금 낯선 느낌이 강하지만, 적응하고 나면 별다른 거부감 없이 보게 됩니다. 한국영화에서 뮤지컬이 마이너한 건 사실이지만 이미 드라마나 예능 등에서 뮤지컬 장면을 여럿 연출한 전례들이 있는 데다 2020년대를 넘어가면서 한국영화의 장르가 다양해지는 현상도 함께 하면서 별로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뮤지컬 장르를 안정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다소 뻔하지만 클리셰 스토리를 차용한 게 눈에 보입니다.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시한부의 삶을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삶을 정리하면서 인생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스토리는 참 진부합니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나 <써니>를 버무린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른 화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관객 입장에서는 엄청 지루했을 겁니다.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한국영화식 뮤지컬에 적응하기도 바쁜데, 기존 영화와 다른 독특하거나 복잡한 스토리였다면 혼란이 가중되어 영화에 거부감이 생겼을 겁니다.
때문에 영화는 다소 뻔해 보여도 대중적인 스토리를 이용해 관객이 뮤지컬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뮤지컬 장면들이 사라져도 영화를 보는데에는 큰 지장은 없습니다. 대신 뮤지컬 장면들이 사라지면 영화 자체가 뻔한 드라마가 되었을 겁니다. 영화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개성을 지키기 위해 클리셰 스토리를 이용하는 등 머리를 나름 잘 썼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야기 진행 방식이 무조건 클리셰 투성이인 것도 아닙니다. 죽음을 앞둔 아내에게 츤데레 성향을 유지하는 남편이나 꿈에도 그리던 첫사랑이 사실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는 설정, 모범생인 줄 알았던 아들의 일탈, 결국 주인공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의 의연한 모습 등. 이전의 멜로 영화들이 쌓아둔 클리셰를 조금씩 비튼 부분도 많습니다. 신파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 같지만, 저는 이 영화에 신파가 있어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스토리 화법이 신파를 기반에 둔 영화인지라 이 영화의 신파는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영화의 성과는 한국영화도 웰메이드 뮤지컬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점과
류승룡, 염정아 배우들의 연기는 여전히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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